Sibyl.2019.FRENCH.1080p.WEB.H264-PREUMS Metrics {time:ms;} Spec {MSFT:1.0;} <-- Open play menu, choose Captions and Subtiles, On if available --> <-- Open tools menu, Security, Show local captions when present -->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

자 막 번 역 : 함 혜 숙

 

작가는 독자를
인질로 삼아요

 

8시간씩 책을 읽게
붙잡아두려 하지만

 

다들 그럴 시간이 없어요

 

10년 전만 해도
베스트셀러가 나왔는데

 

지금은 정보가 넘쳐서
굳이 책을 안 봐도 돼요

 

까놓고 말해서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작가들이 할 일이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10년 전에

 

정신과의가 되겠다고
절필을 한 게 아쉬워요

 

재능을 썩히다니
자살이나 다름없죠

 

내 마음이 다
휑했다니까요

 

맞아요

 

- 대놓고 말해서 그렇지만...
- 괜찮아요

 

현실을 직시해야죠

 

다시 글을 쓰고 싶다니
멋진 일이긴 하지만

 

충동적으로
감상에 젖어서

 

사서 고생하지 마요

 

미친 듯이 글을 써봤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소설이 술술
써지진 않잖아요

 

그냥 준비 단계일 뿐이에요

 

뉴스 아이템처럼
본격 취재를 시작해야

 

진전이 되죠

 

줄리앙 다스는 이탈리아에서
룸메이트를 죽인 미국인이

 

두 나라 사법 시스템
사이에 낀 얘길 썼어요

 

재판 과정이
흥미진진해요

 

아델도 책을 곧 내는데
문자 살인 사건을 다뤘어요

 

여자가 문자를 보내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죠

 

아주 끝내주는
칙릿 소설이에요

 

조언 고마워요, 바실

 

당신 원고 기대돼요
다시 글 쓴다니 기뻐요

 

- 원고 보내봐요
- 그럼 좋죠

 

보리스, 말 꺼내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게 됐어요

 

당신 잘못은 아니고

 

내 사정 때문이에요

 

능력이 뛰어난
동료들이 많으니

 

소개해줄게요

 

내가 미리
전화해둘 테니...

 

다 필요 없어요

 

소개나 받자고
온 게 아니에요

 

인수인계는 잘해줄게요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비참해 죽겠는데

 

거기다가...

 

모르는 사람과
다시 시작하라고요?

 

다시 그럴 필요 없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7년이나 헌신한 일을
뺏겠다는 거잖아요

 

다 망치시겠다?

 

난 이제 끝이라고요

 

버지니아 에피라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가스파르 울리엘

 

산드라 휠러

 

쥐스틴 트리에 감독

 

"시빌"

 

생일 축하합니다

 

정전이 돼서
준비하는 데 한참 걸렸어

 

선물 열어봐

 

고마워

 

고맙긴

 

할 얘기가 있어

 

나 다시 글 쓸 거야

 

환자들도 거의 정리했어

 

갑자기 왜?

 

소설 집필에만 전념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

 

잘했어

 

그래

 

근데 환자들도 생각해야지

 

수술하다가 글 쓰겠다고
나가버리는 꼴이잖아

 

죄책감이 조금
들긴 하겠지

 

조금?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네

 

병원에서 선생님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늦은 시간에 죄송하지만
지금 너무 힘들어서요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저는 더 이상
환자를 안 받는데

 

병원에 미처 못 알렸네요

 

죄송하지만 병원에
다시 전화하시면

 

다른 상담의를
연결해줄 거예요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 괜찮아요
- 상담은 됐어요

 

결정만 내리면 돼요

 

그렇군요

 

그래도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아요

 

아셨죠?

 

도움이 될 거예요
다시 한번 죄송해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억만장자 로버트 더스트
TV에서 실수로 범죄 인정

 

동료 의사 둘의
연락처를 줄게요

 

원하면 몇 명 더
알려줄 수 있어요

 

임신 2개월째인데
낳을 자신 없어요

 

애 아빠한테는
말을 못 하겠어요

 

일은 또 어쩌죠?

 

그동안 애쓴 게
다 끝장날 텐데

 

더는 거짓말도
못 하겠어요

 

사람들한테 들키는
꿈을 자주 꿔서...

 

잠들기도 겁나요

 

애 아빠가 누구죠?

 

배우예요

 

유명인인데
말할 순 없어요

 

몇 명이나 정리했어요?

 

27명요

 

5명 남았고요

 

환자들을 끊고 있는 셈이죠

 

앞으로 절제하려고요

 

술 생각이 나던가요?

 

이젠 그런 유혹이
안 들어요

 

지금은 글쓰기에
중독됐어요

 

단어에 취하는 건
해롭지 않잖아요

 

엄마처럼 되긴 싫어요

 

내 삶의 실패 때문에

 

아이를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내 앞길을 막았다고
죄책감 느끼게 하긴 싫어요

 

내 이기적인 선택으로
고통받는 게 낫죠

 

중절 수술을 하면
애당초 고통 안 받겠죠

 

이미 결심했나 보군요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어요

 

일도 해야 하고요

 

배우를 못 하면
다 잃게 돼요

 

난 비난할 생각 없어요

 

다만, 결정하기 힘들다며
나한테 전화한 거잖아요

 

혼자 결정하기
두려운 거예요?

 

남자친구 덕에
영화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이한테 큰 빚을 졌죠

 

남자친구한테
왜 숨겼어요?

 

뭐가 겁나서요?

 

나한테 집착이 심해요

 

아이를 낳길 원해요

 

지금 극도로 예민해서
알면 폭발해버릴 거예요

 

영화 출연도 무산될까
걱정돼요?

 

사실은 제 남자친구가
감독하고 연인 사이예요

 

일을 그만두겠다더니
환자를 받았어?

 

너무 불안해 보여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어

 

거절은커녕 그 반대지

 

내 사무실로 오라고 했어

 

자기 무덤 판 거군

 

환자한테는 매몰차게
굴기 힘들잖아

 

하지만 글을
쓰고 싶다며?

 

그게 모순되는 건가?

 

그렇지

 

그 남자를 사랑해요?

 

모르겠어요

 

잠자리 얘기 해볼래요?

 

별로...

 

내키지 않아요

 

어떤 얘기든 편하게 해요

 

전에 한번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일단 말을 꺼낸 게
중요하죠

 

둘이 같이 잠들었는데

 

자다가 깨보니
날 바라보고 있었어요

 

뭔가 바라는 눈치였죠

 

서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기다렸어요

 

내가 먼저
자위를 시작했고

 

그이도 따라 했어요

 

내게 다가오려고 해서
내가 못 오게 손짓했죠

 

문 쪽을 보면서
가라앉히려고 했는데

 

그 순간...

 

그 사람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온몸이 더 달아올랐어요

 

내가 먼저 키스했어요

 

몸이 닿지도 않았는데
둘 다 너무 뜨거웠죠

 

키스할 때 눈물이
입안에 느껴졌어요

 

날 바라보기만 했는데
내가 한껏 흥분하니까

 

눈물이 흘렀나 봐요

 

그랬어요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울었던 것 같아요

 

내 본모습요

 

단순한 섹스가 아니었어요

 

누구 차례지?

 

선생님요

 

미안

 

살 거예요?

 

아니

 

왜요?

 

사면 이길 텐데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어요

 

이제 지실 거예요

 

널 사랑하지 않아

 

남자로 생각 안 해

 

우정도 다 필요 없어

 

저 혼자 하네요

 

제가 이겼으니까

 

제가 질문할 차례예요

 

그래, 물어봐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예요?

 

파리에서?

 

아무 데나요

 

바로 여기
내 사무실이야

 

나만의 공간이니까

 

뭐가 궁금하신지 알아요

 

그게 뭔데?

 

저만의 아지트요

 

그럼 다음 주에 볼까?

 

제 아지트는...

 

할머니 집의
세탁실이에요

 

당신이 날 끌어안았을 때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어

 

바로 당신 때문이지

 

다들 뜨거운...

 

어머, 가사 틀렸다

 

알게 될 거야

 

로미오는 줄리엣을 사랑해

 

내일 꼭 봐야겠어요
오후 6시 어때요?

 

'내일 5시 30분에 만나요'

 

메시지 삭제

 

'내일 오전
6시 30분에 봐요'

 

누구 맘대로
시간을 정해?

 

나보고 혼자
감당하라고?

 

스스로 망가지는 걸
어떻게 봐?

 

그럼 뭐라도 해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 엄마잖아
- 지금은 아니지

 

이건 우리 가족 일이야

 

- 그래
- 넌 빠져

 

알코올중독자는
이제 피하시겠다?

 

잘나셨어
남자친구 때문이야?

 

나도 술 끊으려고
노력 중이야

 

가브리엘이 그 누구보다
곁에서 힘써줬어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유일하게 믿어주는 사람이고

 

너한테서 날 구해줬지

 

- 지긋지긋한 가족들...
- 내가 지긋지긋했어?

 

지금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너랑은 대화가 안 돼
늘 부정적으로만...

 

언니 혼자 고고하게 살지

 

평생 그렇게
잘 먹고 잘 살아봐

 

괜히 진흙탕에
구르지 말고

 

너 자신을 똑바로 봐

 

엄마한테서 못 벗어나잖아

 

그래, 혼자서 잘 사셔

 

새해도 잘 보내고

 

이 못난 동생은

 

영원히 꺼져줄 테니까

 

좀 어때?

 

더워

 

아직도 술 마시면
가브리엘 생각나?

 

역시 뻔한 질문을 하네

 

당신이 먼저 말했잖아

 

8년이나 9년쯤 됐나?

 

가브리엘은 유령이야

 

이미 떠났잖아

 

상처받을 일 없으니까
머릿속에 맴돌게 두는 거야?

 

그 여배우는 만났어?

 

그래

 

더 할 얘기 없어?

 

없어

 

계속 말해봐요

 

남자친구에게 말했어요

 

어떻게 나오던가요?

 

잔뜩 들떠 있었어요

 

나중을 생각하면
우리한테 잘된 일이야

 

지레 겁먹지 마

 

난 무서워, 이고르

 

- 어떻게 숨겨?
- 처음엔 티 안 나

 

섬에서 지내야 하잖아

 

미카 감독이 곧 올 거예요

 

고마워요

 

영화도 찍고
아이도 낳아

 

낳을 자신 없어

 

수술은 절대 안 돼

 

- 뭐라고?
- 촬영장으로 나오시래요

 

알았어요

 

좋게 말로는 안 되겠군

 

그러고 나서...

 

사과하더군요

 

거칠게 굴어서
미안하다고요

 

아기 낳기 싫은 거
다 이해해

 

이런 말 하기 괴롭지만...

 

억지로 강요할 순 없지

 

아기야 또 가지면 되니까

 

당신이 아기를
원하지 않아도

 

다 괜찮아

 

미카 감독이 와서
리허설을 하쟀는데

 

도저히 할 수 없었죠

 

이고르를 쳐다보는 순간
속에서 화가 치밀었어요

 

힘으로 날
제압할 줄 몰랐거든요

 

거칠고 뻔뻔하게...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어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모든 걸 바꿔놨다

 

우리 사이에
욕망은 사라지고

 

피할 수 없는
현실만 남았다

 

더 이상 판타지는 없다

 

'아이를 지우면
당신도 끝이야'

 

'바닥으로 끌어내리겠어'

 

'배우 인생도 끝이야'

 

왜 그래?

 

무서운 꿈을 꿨어

 

엄마를 봤는데

 

차에 죽은 채로 있었어

 

너무 끔찍했어

 

우리 둘이
몇 시간씩 걸려서

 

엄마 시신을
길가로 옮겼는데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었어

 

턱은 날아가 버리고

 

혀가 목구멍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어

 

진정해

 

다 꿈이잖아

 

이제 괜찮아
그냥 꿈이야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 괜찮지?
- 응

 

술 한잔 마셔야겠어

 

그래, 가서 찾아 마셔

 

- 미안해
- 괜찮아

 

내가 싫어하는
나의 단점은

 

다 엄마를 닮았다

 

- 엄마처럼 되기 싫어
- 그런 걱정 하지 마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넌 삶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잖아

 

어머니처럼 되지 않을 거야

 

- 교통사고였잖아
- 아니, 자살이야

 

비 때문에 미끄러진 거야

 

- 사고였다고
- 만취 상태였어

 

사고가 아니야

 

여기서 지내면
안 될 것 같아

 

언니한테 짐만 되니까

 

그런 말이 어딨어?

 

짐이 되긴
애들도 널 좋아해

 

그래, 나도 애들이 좋아

 

다만...

 

언니는 번듯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나는 혼자서...

 

36살이 되도록 임시직에
논문이나 쓰고 있지

 

- 그게 어때서?
- 한심하잖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돼가는 것 같아

 

말도 안 돼

 

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잖아

 

다 잘될 거야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언니는 안 그래?

 

난 괜찮아

 

어떻게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어?

 

거짓말이었어

 

수술 날짜는 잡았어요?

 

 

우선 초음파 검사를 했어요

 

처음엔 다 믿었는데

 

2시간이 지나자
의문이 들었어요

 

이고르가 한 말이
사실인지 말이에요

 

할 말이 있어

 

미카 만나기 전에
임신한 여자가 있었는데

 

아이가 죽은 채로
태어났어

 

아내를 잃은 남자를
연기할 때처럼 눈문을 흘렸죠

 

그때는...

 

그가 진심이라고 믿었어요

 

헤어지고 나서
의심이 들었지만

 

이고르는 벌써
희망에 부풀었어요

 

수술은 언제예요?

 

어제였는데
3일 뒤로 미뤘어요

 

다음날 섬에 가서
촬영해야 해요

 

어쩌려고요?

 

선생님 도움이 필요해요

 

제 결정을 못 믿겠어요

 

지금 도우려고 하잖아요

 

이고르를 직접
만나주셨으면 해요

 

촬영 현장에
함께 가주세요

 

그건 안 돼요

 

그렇게 해봤자
도움도 안 되고요

 

나흘 뒤에 섬에 들어가는데
임신 3개월 차라 무서워요

 

안 돼요

 

'젊은 여배우가...'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돼서...'

 

'촬영을 시작했다'

 

'극중 인물'

 

'마고, 가브리엘...'

 

셀마, 이건 보면 안 돼

 

그냥 읽어봤어요

 

일 때문에 쓴 거야

 

- 에디스, 데려가
- 이리 와

 

엄마를 구슬리는 법을
알려줄게

 

그래야 편해지거든

 

너보다는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엄마한테 말해

 

아님 너한테
실망했냐고 물어봐

 

혹은 학교에서

 

네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미움받는다고 말해

 

그럼 두 배로 더
신경 써줄 거야

 

엄마이자
정신과 의사잖아

 

자식이 괴롭힘
당한다고 하면

 

정신과 의사로서...

 

범죄처럼 해결해줄 거야

 

엄마한테 가서 최대한
불쌍한 척하며 이렇게 말해

 

'엄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픈 강아지 눈을
한번 지어봐

 

그래, 더 슬프게...

 

좋아, 이제 가봐

 

엄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얘야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린애가 무슨
그런 걱정을 해?

 

왜 그런 말을 해?

 

아무 걱정 하지 마

 

어린애답지 않게
왜 저런대?

 

태어나자마자 언니
쳐다보던 눈빛 기억나?

 

내가 낳은 자식이
날 비난하듯이

 

쳐다봐서 놀랐지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어

 

'누구세요?'

 

내 안에 있는 괴물과
즐길 줄 알아야 해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다는

 

메소드 연기 같은 거
저는 안 믿어요

 

모든 건 허구로
지어내는 거죠

 

저를 완전히
비우는 거예요

 

그렇게 연기하고
돈을 받는 거죠

 

미카는...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여성이에요

 

대단한 사람이죠

 

이토록 사랑한 여자도
미카가 처음이에요

 

거짓말도 참!

 

이래서 이고르를
좋아할 수 없어요

 

항상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거든요

 

자기 얘길 잘 안 해서...

 

이고르가 피아노를 친다는 것도
4년 동안 까맣게 몰랐어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언젠가는 집에 왔는데
음악이 들리길래

 

레코드를
틀어놨나 싶었어요

 

근데 이 사람이
피아노를 치고 있더라고요

 

실력이 수준급이라
깜짝 놀랐어요

 

그게 숨길 만하거나
나쁜 일도 아닌데

 

굳이 말하지 않고
나한테 숨겼다는 게

 

너무나도 화가 나서
둘이 크게 싸우다가...

 

이고르를 만나볼까?

 

안 돼, 그러지 마
당신을 떠보는 거야

 

환상을 깨지 마

 

그러고 싶은 거야?

 

아니...

 

그냥 누군지
궁금해서 그래

 

마고가 상대하는 건
당신이나 캐릭터가 아니야

 

가브리엘 얘기 해볼래?

 

책이 나와서 잘됐어

 

내가 뭘 해줄까?

 

내 인생에서 사라져줘

 

네 존재감이 너무 커서

 

나 자신이 사라진 기분이야

 

괜히 널
도와준 것 같아

 

내 덕에
네 자리를 찾았지

 

그건 다행이라 생각해

 

내 일보다 더 기뻐

 

그래서 날 떠났어?

 

날 지켜주려고

 

도와주기라도
했다는 거야?

 

오히려 그 반대 아닐까?

 

내가 바닥을 칠 때

 

내심 좋아했겠지

 

이제 잘나가니까
싫다?

 

살면서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야

 

변화를 거부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그래도 못 받아들이겠어?

 

그럼 망가져 줄게

 

네 소원대로 해주겠다고

 

내일 11시에 수술하고
섬으로 출발해요

 

부재중 전화: 마고

 

죄송하지만
급히 할 얘기가 있어요

 

전화 좀 주세요

 

미칠 것 같아요

 

내일 11시에 수술하고

 

섬으로 출발해요
불안해 죽겠어요

 

정말 너무하네요
연락 좀 해줘요

 

11시 전에
통화하고 싶어요

 

결국 도움이 안 되네요

 

제발요
곧 수술 들어가요

 

마고한테 전화해

 

마고입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할머니 집 세탁실 말인데

 

거기가 왜 좋아?

 

문을 잠글 수 있어서요

 

왜 잠그는데?

 

질문은 하나씩 하는 게
규칙이잖아요

 

잠깐만

 

왜 전화 안 했어요?
메시지 못 봤어요?

 

마고, 당신이 결정할 일이라
일부러 전화 안 했어요

 

내가 옳은 결정을
한 걸까요?

 

네, 옳은 결정이에요

 

병원에 안 갔어요

 

수술 안 했다고요

 

어제 그 얘길
듣고 싶었는데

 

뭐가 옳은 결정이에요?

 

마고가 누구죠?

 

넌 몰라도 돼

 

어떤 사람들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서

 

사는 걸 잊으려고
이것저것 먹기도 해

 

어떤 거요?

 

술이라든지
약 같은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하지만 부작용도 있어

 

그걸 먹고 힘이 나면

 

다른 사람들 인생까지
망치려 들거든

 

'너무 걱정돼서 그러는데'

 

'나랑 얘기하기 싫어도'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줘요'

 

마고에게 전송해

 

할머니네 세탁실에서
주로 뭘 해?

 

노래를 들어요

 

주사위 이리 줘
이제부터 규칙을 바꿀 거야

 

질 때마다
질문 두 개씩

 

무슨 노래?

 

됐어요

 

주여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겸허함과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하는 용기와

 

다름을 인정하는
지혜를 주소서

 

그 여자 때문에 미치겠어

 

정말 싫어

 

사랑해?

 

뭐라고?

 

뭐 하는 거야?

 

어쩌려고?

 

더 이상은 이럴 수 없어

 

다 끝났어요

 

결국 했어요

 

뭘 했다는 거예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요

 

내가 뭐랬는데요?

 

중절 수술을 했어요

 

난 그러라고...

 

병원은 끔찍했어요
몇 시간씩 걸렸다고요

 

이고르한테 말했더니
길길이 날뛰었어요

 

잠깐만요

 

파리로 돌아와요

 

계약상 지금은 못 가요

 

꼼짝없이 갇혔어요

 

이고르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요?

 

미카한테 다 말했대요

 

우선은 촬영부터
무사히 끝내야죠

 

서로 어색하지만
티 내지 맙시다

 

생각 같아선
둘 다 자르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 때문에

 

내 영화를
망치긴 싫어요

 

그럼요

 

의상팀에
가보셔야겠어요

 

- 상의할 게 있다고...
- 10분만 기다려요

 

20분만 기다려요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그런대요?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은 절망하는 것도
사치예요

 

그럴 여유가 없어요

 

정말 존경해요

 

이렇게 담담하게
나오실 줄 몰랐거든요

 

그럼 뭘 기대했는데요?

 

아니에요

 

제가 표현을
잘못 했네요

 

지금 시간 없으니까
부탁 하나만 할게요

 

이고르한테 가서
상황을 정리해요

 

- 네
- 알다시피...

 

아니,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에요

 

감독님, 이것만 알아주세요

 

연기는 저한테 전부고
감독님과 함께해 영광이에요

 

최선을 다해 연기할게요

 

마고

 

당신이 그럴수록
더 짜증 나요

 

촬영만 아니었으면
당신을 가만 안 뒀어요

 

20분 뒤에 촬영할 테니
화장이나 고치고 와요

 

크림도 제대로 바르고요

 

상황이 힘들게 됐네요

 

토요일에 파리로 와요

 

만나서 얘기해요

 

의사한테 가서
몸이 괜찮은지

 

검사받아야 해요

 

내가 도와줄게요

 

내 말 듣고 있어요?

 

파리에 오면 만나요

 

알았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나름대로 애써주셨잖아요

 

오래도록 믿었는데
이제 다 소용없네요

 

뭘 믿었는데요?

 

내 출신 배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요

 

결국 실패했죠

 

난 더럽고 추악해요

 

인간 쓰레기나 다름없어요

 

애당초 쓰레기인데
어떻게 잘 살겠어요

 

처음부터 고결한 건 없어요

 

- 그 여자 얘기 그만 써
- 그런 거 아니야

 

특정 인물 얘기가
아니라고

 

- 다양한 사람을...
- 선을 넘었어

 

의사로서 직업 윤리를
다 어겼잖아

 

상담 내용을 녹음하고
멋대로 참견을 했어

 

6년간 당신을 봐서 아는데
선을 넘었어

 

자기 심리도 모르면서
누굴 분석하겠다는 거야?

 

좋아, 그럼
날 분석해봐

 

난 마고에게 집착하고
중절 수술을 하라고...

 

당신은 수술을
권하지 않았어

 

더 많은 도움을 받으려고
마고가 그렇게 몰아간 거야

 

거기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제멋대로 상상했지

 

마고가 자살할까 걱정돼

 

직업상 감수하고 살아야지

 

냉혹하게 굴긴 싫어

 

그건 당신 잘못 아니야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내가 냉혹하게
군다는 거야?

 

아니, 당신은 의사로서
정도를 지키는 것뿐이지

 

항우울제 좀 처방해줘

 

알았어

 

- 얼마나?
- 2개월 치

 

수술한 거 알고
기분이 어땠어?

 

난 그 아이를 못 키울 텐데
날 망나니로 만들 작정이야?

 

- 안 키워도 돼
- 애 버린 아빠로 만들어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라고?

 

네 입장도 이해하지만
아이를 낳을 거야

 

우린 헤어졌잖아

 

아무리 내가 미워도
아이가 무슨 죄야?

 

가브리엘이 그리워?

 

그때 생각하기 싫어

 

그래도 생각해봐

 

뜨겁게 사랑하던 때가
그립긴 해

 

셀마가 그이를
많이 닮아서

 

가끔씩 가슴이 아파

 

셀마

 

마고?

 

아뇨, 이고르예요

 

마고가 전화해달래서요

 

왜 직접 안 하고요?

 

이틀 동안 실종됐다가
이제 찾았는데

 

약을 잔뜩 먹고
토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선생님을 보고 싶대요

 

선생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겠대요

 

상황이 곤란해졌어요

 

지금 촬영이
중단됐거든요

 

뜬금없는 부탁이지만

 

마고가 선생님과
얘기하고 싶답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요

 

우린 다시 가까워졌는데...

 

마고를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래서 배신감이 컸어요

 

죄송해요

 

동정받으려는 건
아니에요

 

부탁 하나만 할게요

 

말하세요

 

절 경계하지 말고

 

뭐든 다 얘기해주세요

 

상황이 좀 복잡하지만

 

마고가 하는 말들이
저는 감당이 안 돼요

 

주관적인 얘기들도 선생님은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시겠죠

 

당신을 경계하지 않아요

 

몸이 많이 힘들 테니

 

약을 처방해줄게요
목소리도 돌아올 거예요

 

우선은 잠부터
푹 자야 해요

 

다들 날 궁지로
몰아붙이고 있어요

 

날 영화계에서 매장시키려고
아주 작정들을 했어요

 

일단 진정부터 해요

 

내가 도와주러 왔잖아요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요?

 

촬영장에서 이고르랑
말하기 싫어요

 

선생님을 통해
얘기할래요

 

알았어요

 

와주셔서 고마워요

 

괜찮아질 거예요

 

그래야죠

 

안개가 깔린
2월 어느 날

 

텅 빈 거리엔
아무도 없고

 

슬프고 추운 하루가
길게 이어지네

 

그래도 애써
발걸음을 옮기지

 

주체할 수 없는
울적한 마음으로

 

도시를 여기저기
하염없이 떠돌아

 

내 얼굴을 적시는 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가 없다네

 

여느 다른 날처럼...

 

컷!

 

잠깐만요

 

다시 원래 자리로 가

 

진짜 연주하는 것처럼
해줘요

 

조금만 더 실감 나게

 

- 처음부터 다시 합시다
- 다들 제자리에!

 

다시 갑니다

 

안개가 깔린
2월 어느 날

 

텅 빈 거리엔
아무도 없고

 

슬프고 추운 하루가
길게 이어지네

 

그래도 애써
발걸음을 옮기지

 

주체할 수 없는
울적한 마음으로

 

이렇게는 못 하겠어

 

감정이 안 살아

 

상대 배우가
영혼이 없잖아

 

갑자기 중단하면 어떡해?

 

마고, 복잡한 감정을
좀 더 표현해줘요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가

 

남자 때문에 웃는 거죠
다시 합시다

 

- 마고를 클로즈업해요
- 잠시만요

 

시빌이 이고르 대역을
하면 안 될까요?

 

- 그게 편할 것 같아요
- 안 돼요

 

이고르는 화면에
안 잡히잖아요

 

말도 안 돼요

 

당신 비위를
다 맞추라고요?

 

됐어, 내가 갈게

 

이고르, 안 돼

 

마이크 주세요

 

다들 준비해요

 

저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노래할 줄 알아요?

 

아뇨

 

- 못해요
- 노래 가사 줘요

 

시빌, 우릴 도와주러
왔다니까 잘 부탁해요

 

최대한 해봐요

 

카메라에 안 잡히니
걱정 마요

 

다시 갑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고마워요

 

레디!

 

안개가 깔린
2월 어느 날

 

텅 빈 거리엔
아무도 없고

 

슬프고 추운 하루가
길게 이어지네

 

그래도 애써
발걸음을 옮기지

 

시빌, 바실이에요

 

원고 읽어봤는데
재미있네요

 

두 여성간의 복수극이라니
흥미진진해요

 

여성 서술자가
둘인 것도 기발하고요

 

다 거짓이란 게 밝혀질 때
그 여배우도 소름 돋고

 

나머지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더군요

 

단숨에 몰입됐어요

 

시빌, 할 말이 있어서
잠깐 들렀어요

 

선생님 덕에
잘 넘겼어요

 

고마워요

 

얘기 좀 하러 왔어요

 

네, 어서 와요

 

술 한잔해야겠는데

 

- 괜찮아요?
- 네, 편하게 마셔요

 

괜찮아요?

 

마고가 제정신 찾게
도와줘요

 

그게...

 

나도 그러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날 전적으로 믿어줘야 해요

 

이해하시겠어요?

 

그럼요

 

나도 사람이잖아요

 

그래요

 

봤다시피
마고가 날 긁잖아요

 

계속 그러다간
나도 폭발할 거예요

 

그랬다간
나만 끝나는 거죠

 

남자친구도 잃고
영화도 물 건너가요

 

상황이 좀 복잡하네요

 

마고를 캐스팅한 건
이고르 때문이었어요

 

재능이 있다면서 강력하게
추천하길래 좀 의아했는데

 

마고를 보자마자
둘 관계를 눈치챘죠

 

그걸 알면서도
왜 캐스팅했어요?

 

그냥 잠깐...

 

즐기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둘을 못 보게 하면
더 애틋해질 테지만

 

촬영장에서 매일
마주치다 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헤어질 거라 생각했죠

 

마고가 임신할 줄은
몰랐어요

 

한때는 나도 이고르의
아이를 가지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고르가 그걸
원치 않았어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다 참을 수 있지만

 

다른 여자와
그랬다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태연하게
넘길 수 없더라고요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요

 

- 그래 줄 거죠?
- 네, 걱정 마세요

 

두 사람 상황을
나한테도 알려줘요

 

내 편이 돼주면 좋겠어요

 

그럴게요, 됐죠?

 

고마워요

 

- 조심해
- 손대지 마

 

컷!

 

한 번 더 합시다
좀 더 제대로요

 

손대지 마

 

- 조심해
- 손대지 마

 

- 조심해
- 손대지 마

 

- 조심해
- 손대지 마

 

진짜 세게 때리면 어떡해?

 

- 감정 싣지 마
- 시빌한테 얘기해

 

시빌, 일부러 세게
때리지 말라고 해요

 

다시 하자

 

알았어

 

시빌

 

마고한테 술을
좀 더 마시라고 해요

 

- 더 실감 나게요
- 알았어요

 

취한 티가 별로 안 난다고
술을 조금 더 마시래요

 

고마워요

 

취해서 화를 내되
살살 때리기...

 

다시 갑시다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안 돼?

 

사적인 감정 싣지 말고

 

둘 다 연기에만
몰입해줘요

 

고마워요

 

준비됐어요?

 

다들 제자리로!
조용히 해주세요

 

가겠습니다

 

-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 시작합니다

 

액션!

 

- 조심해
- 손대지 마

 

좋아요, 잘했어요

 

컷!

 

시빌, 괜찮았어요?

 

한 번 더 갑시다

 

다들 제자리에!

 

조용히 해주세요

 

- 갑니다
- 시작합니다

 

'내가 아프니까 좋아?'

 

'신이 나서
힘껏 때리던데?'

 

'모욕 주는 게 좋아?'

 

모욕을 주다...

 

'더는 못 하겠어'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안 돼?'

 

연기를 하다...

 

'사적인 감정을
싣지 말고'

 

사적인 감정...

 

'그러고 있잖아'

 

'내 연기 어땠어요?'

 

'말해봐요'

 

'정말요?'

 

'시빌'

 

'할 말이 있어요'

 

'선생님 덕에
잘 넘겼어요'

 

'고마워요'

 

'촬영장에선
아무도 못 믿어요'

 

'다들 날 궁지로 몰아요
미칠 것 같아요'

 

'내 연기 좋았어요?'

 

'촬영장에선
말하기 싫어요'

 

'선생님을 통해
얘기하라고 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시빌'

 

'너무 힘들어요'

 

'내가 더럽게 느껴져요'

 

'추악해요'

 

시빌

 

- 어서 와요
- 누구신지?

 

이탈리아인
공동 프로듀서요

 

- 반가워요
- 한잔 줄게요

 

아니, 됐어요

 

괜찮아요

 

촬영을 위해
큰일을 하신다면서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담배 좀 빌릴게요
- 그러세요

 

고마워요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다들 제정신이 아니죠

 

당신처럼
분별 있는 사람이

 

촬영장에 있어서
마음이 놓여요

 

전화번호 줄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해요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나도 가끔씩 확인할게요

 

좋아요

 

- 한 대 피울래요?
- 됐어요

 

- 정말요?
- 네, 괜찮아요

 

- 별일 없죠?
- 네, 당신은요?

 

저도요

 

진 토닉 드려요?

 

됐어요

 

미안해요

 

나 때문에 놀랐어요?

 

생각 좀 정리하느라요

 

산책 나왔는데
같이 할래요?

 

좋아요, 가겠습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갑니다

 

시작합니다

 

마고, 아주 서럽게
울어야 해요

 

남자한테 배신을 당해서
단순히 화난 게 아니라

 

큰 충격을 받은 거예요

 

액션

 

그만!

 

이고르, 눈빛에서...

 

사랑과 욕망이
느껴져야지

 

진짜 배신한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근데 카메라가
내 뒤에 있잖아

 

그래, 그렇긴 하지만

 

뒤돌아서 있을 때

 

뭐가 보이고 안 보이는지
토론이라도 하잔 거야?

 

그럴 시간 없어

 

제자리로 가주세요

 

조용히 해주세요
갑니다

 

신 넘버 67의 4
테이크 4

 

마고, 배신당한 감정을
최대한 다 표현해봐요

 

바다를 보고
소리 질러도 되고

 

마음껏 감정을
표출해봐요

 

나한테 소리쳐도 돼요

 

한 번 더요

 

액션

 

마고, 이제 키스해요

 

그만!

 

이고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얼굴 방향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쩌자고?

 

다 완벽하고 좋았는데

 

키스 하나 제대로 못 해?
대체 무슨 생각이야?

 

꼭 여동생한테
하는 것 같잖아

 

여긴 클라이맥스란 말이야

 

원초적인 본능을 표현해야지
시나리오도 안 봤어?

 

욕망을 어떻게 표출할지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해?

 

잘 들어요, 마고

 

당신 감정은
지금 모순적이에요

 

도덕적으로
남자를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강하게
끌리는 거예요

 

둘이 제대로 연기하게
뭐라도 좀 줘요

 

신경안정제라든지
뭐 그런 거 없어요?

 

- 네, 찾아볼게요
- 고마워요

 

감독님

 

날씨가 바뀌기 전에
이 신을 빨리 끝내야 해요

 

- 알았어요
- 마무리하세요

 

저 독일 여자
꼴도 보기 싫어요

 

당신 연기는
좋았대잖아요

 

- 그러려니 해요
- 시작하죠

 

좋아요

 

갑시다

 

다들 제자리에!
조용히 해주세요

 

시작합니다

 

신 넘버 67의 4
테이크 22

 

- 준비
- 액션

 

이고르, 미안하지만

 

나 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더티 댄싱' 느낌 말고
조금만 더...

 

알았어

 

더 강렬하게 해봐

 

그래, 손을 내리고...

 

이제 마고를 눕혀

 

좋아, 키스를 멈추고
서로 가만히 바라봐

 

그러다 다시 키스하는데
아까보다 더 격정적으로...

 

죄송해요

 

뭐야, 갑자기 왜 웃어요?

 

죄송해요

 

미안한 사람이 그래요?

 

됐어, 다 때려치우자고!

 

코미디를 찍는 것도 아닌데
지금 제정신이야?

 

- 저기...
- 이럴 시간이 없어

 

더 이상은 못 해 먹겠어

 

- 거의 다 됐어요
- 더는 못 해

 

이제 잘할 거예요

 

제발요

 

지금 당장
해안으로 데려다줘요

 

아님 헤엄쳐서 갈래요

 

진정해요

 

다시 찍으면 돼요

 

제발요
뭐 하는 거예요?

 

미카, 미카!

 

이럴 시간 없다고요!

 

나 없이 잘들 해봐요

 

서로 안 보는 게
더 좋을 테니까

 

시빌이 지도해주면
어때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편집하면 되니까
일단 시작합시다

 

준비!

 

거기서부터 시작해요

 

다시 갑니다

 

말로 디렉팅해 줘요

 

마고, 손을 내려요

 

애절하게 눈을 바라봐요

 

마고를 애무해요

 

바닷물 안 찼어요?

 

- 미안해요
- 그래도 괜찮아요

 

잘 나왔어요
한번 보세요

 

준비됐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나 미쳤나 봐

 

무슨 일이야?

 

너무 힘들어, 에디스

 

안드레아, 뭐예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무슨 소리야?

 

난 여기 오면 안 됐어
내가 다 망치고 있어

 

내가 죽일 년이야

 

어디야?
일단 진정해

 

아니, 넌 몰라

 

기어이 사고를 쳤어

 

정신 나간 짓을 했거든

 

그 남자 배우랑 잤어

 

내가 했던 모든 게...

 

물거품이 됐어

 

길로틴이 공항까지
태워줄 거예요

 

- 알았죠?
- 네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더 놀랄 것도 없어요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는 게 좋겠어요

 

그건 안 돼요!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샴페인이 준비돼 있는데요

 

탄산음료와
과일 주스도 있고요

 

뭘로 드릴까요?

 

샴페인 주세요

 

고마워요

 

얘들아

 

엄마

 

너희 선물도 사 왔지

 

초콜릿이다

 

얘들아

 

너희 방으로 가

 

빨리빨리 움직여!

 

어서 방으로 가

 

왜 그 노래를 들어?

 

엄마가 죽기 직전에
함께 들은 노래거든요

 

그 노래를
세탁실에서 들어요

 

혼자서요

 

아무한테도
방해받기 싫거든요

 

아직도...

 

엄마 냄새가 기억나요

 

향수 냄새요

 

다니엘
마음껏 슬퍼해도 돼

 

울고 싶으면 울어

 

그럼...

 

이제 안 와도 돼요?

 

글쎄

 

이제 오기 싫어?

 

아뇨

 

- 다음 주에 볼까?
- 네, 좋아요

 

10개월 후

 

내용이 정말 끝내줘

 

문체도 유려하고

 

도시의 불안함을
잘 포착했어

 

표현력도 기가 막혀

 

아주 강렬해

 

- 대단해
- 고마워

 

완전히 빠져들어서
단숨에 읽었다니까

 

가슴속에서 훅 하고
감정이 올라오더라고

 

안전요원은 어땠어?

 

누군지 기억나지?

 

그 캐릭터 좋더라

 

언니가 아주
매력적으로 그렸던데?

 

안전요원은 안 나와

 

캔디 애플 하나 주세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10유로입니다

 

고맙습니다

 

- 이제 가요?
- 그래

 

누구예요?

 

옛날 친구야

 

둘 다 보기 좋네

 

여긴 웬일이야?

 

- 친구들과 왔어
- 저쪽에 가 있어

 

남부에 살지 않아?

 

한 달 전에 돌아왔어

 

그렇구나

 

- 잘 지내지?
- 그럼

 

지금도 글 쓰고?

 

- 그래
- 멋지네

 

뭐, 그렇지

 

그럼 지금은
파리에 살아?

 

좀 저렴한 집을
찾고 있어

 

괜찮은 사이트가 있는데
링크 보내줄게

 

- 중개인보다 더 싸
- 그거 좋겠다

 

파리에서 일해?

 

응, 낭테르에서
문학 가르치기로 했어

 

- 파리가 그립더라고
- 그래

 

그 애도 왔어?

 

가봐야겠다
잘 놀다 가

 

함께 일해서 즐거웠고

 

모든 게 꿈만 같았어요

 

사실 그게 저희 일이죠

 

영화는 꿈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여러분도 저희와
꿈을 꾸기 바랍니다

 

저한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어요

 

누가 활화산에서
촬영을 해요?

 

이래서 이고르가 싫어요

 

미카는 애정 표현을
이렇게 한다니까요

 

아뇨, 저도
당신이 싫어요

 

말문이 막히네요

 

이제 영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고르 말레스키

 

마고 바실리스

 

- 잘 지내요?
- 그럼요

 

- 반가워요
- 네

 

영화는 정말
잘 나왔더군요

 

그게...

 

고마워요

 

당신 연기를 보니까...

 

내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당신 재능이...

 

아니, 연기적 재능이...

 

됐어요

 

건배나 하죠

 

- 안녕하세요
- 네

 

- 어때요?
- 좋아요

 

- 괜찮아요?
- 그럼요

 

러브 스토리는
처음에 딱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들을...

 

아는 분이세요?

 

네, 스트롬볼리섬에서
촬영할 때 도와준 분이죠

 

안개가 깔린
2월 어느 날

 

텅 빈 거리엔
아무도 없고

 

슬프고 추운 하루가
길게 이어지네

 

나도 알아요

 

그래도 애써
발걸음을 옮기지

 

주체할 수 없는
울적한 마음으로

 

도시를 여기저기
하염없이 떠돌아

 

여느 다른 날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당신 없이 나 홀로
보내는 첫날이지

 

왜 스트롬볼리 화산섬에서
촬영을 했어요?

 

감독님이 정한 건가요?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요

 

외진 데서 찍는 게
좋아요

 

그렇군요

 

집안의 풍경은
예전 그대로네

 

레코드판이 돌아가고

 

벽난로에는...

 

여느 다른 날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당신 없이 나 홀로
보내는 첫날이지

 

안녕하세요

 

많이 취한 것 같아
제가 데리고 왔어요

 

내 책 읽어봤어?

 

아니, 나중에 보려고

 

사는 게 참 허무해

 

시빌이 5일 동안
안 들어왔어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못 들어와

 

너무 취했잖아

 

애들은 이해 못 할 거야

 

난 애들을
제일 사랑해

 

그럼 취한 모습을
안 보여야지

 

당신 책을 샀어요

 

아마 책을 보면...

 

불쾌할 수도 있어요

 

실제 인물과 비슷한
캐릭터들이 있어서요

 

그런 건 괜찮아요

 

오히려 기분이 좋아요

 

이름은 시빌이고
금주한 지 3주째죠

 

이제는 마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브리엘도...

 

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내 주변 사람들을
거리를 두고 본다

 

캐릭터처럼 보는 거다

 

에티엔은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덕분에 긴장감이
지속된다

 

우리 관계는
어떠한 확신도 없다

 

그게 오히려 더 좋다

 

모든 게 분명해졌다

 

이제는 안다

 

내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는 걸

 

다시 고쳐 쓸 수도 있고

 

뭐든 마음대로
써내려 갈 수 있다

 

모든 선택도 내가 한다

 

가브리엘은
내게 죽은 사람이다

 

제 아빠는 누구예요?

 

왜 갑자기 물어?

 

만나면 안 돼요?

 

네가 태어나기 전에
떠났다고 말했잖아

 

그럼 왜 날 낳았어요?

 

서로 많이 사랑했거든

 

근데 왜 떠나셨어요?
내가 태어난 게 싫어서요?

 

아니, 얼마나 기뻐했는데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널 사랑했어

 

다만...

 

다른 데서
할 일이 있었어

 

그래도 널 사랑하셔

 

나랑 아빠랑 닮았어요?

 

그럼

 

날 보면 아빠 생각이 나요?

 

그래

 

네 마음속에 언제나
아빠가 살고 있거든

 

그래서 좋아요?

 

자 막 번 역 : 함 혜 숙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